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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이더컵의 명품코스가 상기시킨 교훈 'Far and Sure'

게시날짜 시간
2018.10.10
2018 라이더컵에서 주요선수의 대형 마스크를 들고 응원하는 갤러리.

2018년 라이더컵이 끝났지만 대회장소였던 골프코스 ‘르 골프 나쇼날’에 대한 평가는 계속되고 있다. 코스 세팅이 유럽팀에 특히 유리했기에 코스를 유럽팀의 추가 선수로 간주하여 유럽은 13명의 선수가 싸웠다고 분석한 전문가도 있다. 또 선수들의 기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한 코스였다고 쓴 기자도 나왔다.

패배한 미국팀의 선수들 중에서 코스 세팅을 비판한 선수는 미켈슨뿐이었다. 그는 러프가 너무 길어서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였으며, 그런 코스에서 골프를 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비판했다. 다른 미국선수들 중에서 패배의 원인을 코스의 세팅 때문이라고 말한 선수는 없었다.



르 골프 나쇼날의 페어웨이와 러프.

미국팀과 유럽팀의 상반된 코스세팅

2016년 미국의 해즐틴 골프클럽에서 열린 라이더컵에서 미국팀은 17-11로 대승을 거뒀다. 미국팀의 캡틴 데이비스 러브 3세는 페어웨이를 최대한 넓게 만들고 러프를 아주 짧게 조성하여 장타자에게 유리하게 준비했다. 티샷의 정확성은 중요하지 않고 멀리 치기만 하면 훨씬 유리한 코스였다. 그것이 현재 PGA 투어의 일반적인 코스세팅이기도 하고 장타자들의 플레이 스타일이기도 하다. 당시 유럽팀의 저스틴 로즈는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 24명이 모였는데, 코스 세팅은 프로암 대회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라이더컵에서 유럽팀의 캡틴 토마스 비욘은 미국과 반대되는 개념의 코스세팅을 했다. 페어웨이를 좁히고 세미러프에만 가더라도 공이 잠겨서 보이지 않고, 프라이머리 러프에서는 간신히 페어웨이로 빠져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풀이 길었다. 모든 세미러프를 티잉 그라운드 방향으로 깎아서 그린 방향으로는 역결을 만들었으므로 세컨샷이 더 어려워졌다.

중계화면으로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페어웨이에서 갤러리의 접근을 막는 로프를 일반 대회보다 15m나 뒤로 뺐다. 긴 러프로 날아 오는 공이 스무 겹도 넘는 갤러리가 밟은 잔디 위에 멈춰서 플레이가 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르 골프 나쇼날에서는 티샷을 멀리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게 똑바로 치지 못한다면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주었다.



러프에서 공을 찾고 망연자실한 맥길로이(왼쪽).벙커를 넘은 러프에 떨어져도 상황은 비슷했다.

골프 최고의 좌우명 “멀리, 똑바로(Far and Sure)”

1681년 스코트랜드의 제임스 왕세자는 왕이 되기 전에 골프 중독자 수준이었다. 잉글랜드의 귀족들과 골프를 치다가 골프의 발원지를 두고 스코트랜드인지 잉글랜드인지 논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어느 나라가 더 잘 치는지 내기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명예와 큰 돈이 걸린 포섬(한 개의 볼을 번갈아 치는 방식) 매치를 하기로 약속했다.

제임스 왕세자는 귀족이나 평민을 가리지 말고 함께 플레이 할 파트너를 찾아오라고 명령했는데, 구두 수선공으로 일하고 있는 패터슨이 발탁됐다. 패터슨은 평민 중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수였다. 제임스 왕세자는 패터슨과 함께 잉글랜드를 쉽게 제압한 후 상금의 반을 하사했다. 거금을 받은 패터슨은 그 돈으로 에딘버러 근처에 집을 새로 샀고, 그 집의 문 밖에 코트를 하나 걸어 놓았다. 그 코트에는 ‘Far and Sure(멀리, 똑바로)’라는 좌우명이 쓰여있었다.

그 이후 골프에서 최고의 목표는 언제나 ‘멀리, 똑바로(Far and Sure)’였다. 1895년 건설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18홀 골프코스인 시카고 골프클럽의 좌우명도 ‘Far and Sure’이고, 영국의 로얄 리버풀 골프클럽의 좌우명도 ‘Far and Sure’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위대한 골퍼들과 일반 골퍼들이 ‘Far and Sure’를 이루기 위해 땀을 흘렸다.



러프에서 사력을 다하는 타이거 우즈(왼쪽)와 더스틴 존슨. 아이언으로 잘라낸 러프의 양이 그들의 파워를 보여준다.

‘멀리’만 남고 사라지는 ‘똑바로’

현대 골프에서는 멀리치는 것에 능통하다면 똑바로 치는 능력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최고의 골퍼가 될 수 있다. 2018년 PGA 투어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선수들이 티샷에서 페어웨이를 때리는 정확성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자. 타이거 우즈 129위, 더스틴 존슨 138위, 저스틴 토마스 141위, 버바 왓슨 142위, 브룩스 켑카 158위, 로리 맥길로이 165위 등으로 부진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장타를 앞세워 최고 수준의 세계랭킹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라이더컵에서는 골프에서 ‘똑바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멀리 치려고 하다가 방향이 빗나가서 러프에 멈췄는데도 리커버리 샷으로 쉽게 온그린 하는 것은 골프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 그 것은 단발로 겨루는 활 쏘기 대회에서 두 개의 화살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 만일 첫 번째 화살이 빗나가면 상대도 따라서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매치에서 바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있어야 골프의 기본 정신에 어울린다.

미래의 라이더컵 매치에서 미국팀과 유럽팀은 자기 스타일의 코스 세팅을 고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필자의 의견으로는 이번에 르 골프 나쇼날에서 보여준 유럽팀의 세팅이 골프의 정신과 더 잘 부합하는 공정한 코스였다. ‘멀리, 똑바로(Far and Sure)’는 골프에서 영원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시카고 골프클럽(왼쪽)과 로얄 리버풀 골프클럽의 문장에 있는 'FAR & SURE' 좌우명.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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