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부상으로 인해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무렵,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그는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비록 가장 큰 이유는 허리 부상이었으나, 예전부터 지도자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준비하고 있었던 것 또한 마음을 정하는 데 힘을 더했다. 주니어 선수 시절부터 선진 교육에 관심이 많아 미국의 여러 골프스쿨로 자주 훈련을 다녔고, 유명 교습가에게 레슨을 받으며 많은 공부를 해왔었다. 배움에 있어서의 열정이 누구보다 강했던 덕에 선수 시절부터 티칭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고, 장비도 개인적으로 구입하며 배움을 지속했던 것이 지도자로 방향을 선회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다.
안성현은 인천 영종도 드림골프레인지에 있는 아카데미에서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연습 환경도 좋고 숏게임 전용 시설까지 있어 선수들이 실력을 향상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아카데미가 유명세를 타고 지점이 5개 이상 늘어나면서 연습생이 몰리자 퍼팅 연습조차 붐빌 정도로 하나 둘씩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다. 양질의 연습 환경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지도자의 책무라 생각하던 그는 결국 1년 6개월 만에 첫 아카데미에서의 활동을 정리하였고 수원의 아카데미를 거쳐 지금은 경북 상주 블루원CC의 SBS 주니어 골프아카데미에 둥지를 틀었다. 코스와 그린이 선수들의 훈련에 적합하며 천연 잔디 연습장과 어프로치 연습장, 퍼팅장이 골고루 갖춰져 있어 지도자로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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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경북 상주 블루원CC 전경
또한 교습에 있어 안성현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시하고 있는 부분은 선수들에게 정확한 데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레슨을 진행하기 위해 여러 분석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출한 데이터들은 골퍼들이 알고 있던 기존의 이론, 상식들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도 선수들이 당황하며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예를 들어 Pull이 났을 경우, 선수들은 그 원인을 엎어 쳐서 그런 것이라고 알고 있다. 보통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클럽을 내밀면서 스윙을 교정하지만 팔로우스루를 오른쪽으로 내밀수록 보상심리 때문에 오히려 클럽페이스를 닫게 되는 경향이 있다.” 라고 말한 안성현은, 이처럼 Pull이 났을 때의 원인은 엎어 치기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ull이 났을 경우 오히려 반대로 더 엎어 치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하면 보상심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클럽페이스를 닫지 않게 된다는, 데이터에 기반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자신도 골프를 처음 배웠을 때는 Pull의 원인이 엎어 쳤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데이터를 확실하게 숙지해나가면서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Fade를 구사할 때는 클럽 페이스가 닫혀야 하고 Draw를 구사할 때는 클럽 페이스가 열려야 된다는 것, 이런 부분들도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이론과는 반대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을 예전에는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좋은 장비들이 나오면서 분석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자 예전에 알고 있던 정보들이 부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들을 취합하기 위해 미국 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노승렬 프로와도 늘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데이터 뿐만 아니라, PGA 투어 선수들의 훈련 방법과 스윙 트렌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물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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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SBS 주니어 골프아카데미의 장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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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SBS 주니어 골프아카데미의 시설물
"예전에는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이처럼 정보와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성현이지만 직접 보고 관찰하여 판단한 것들도 간과하지 않는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윙 메커니즘은 ‘길’ 이라고 한다. 이는 곧 클럽이 올라가는 길이며, 그 길이 흔들리는지, 어긋나는지를 가장 먼저 보고 스윙을 판단한다고 한다. 폼이 안 좋더라도 한번에 연결되는 깔끔한 스윙을 선호하는 편이며, 어드레스 라인은 그 다음에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습에 관한 질답을 이어가며, 자신의 지도 스타일이 어떠한가 라는 물음을 던지자 안성현 프로는 시즌 초반 KLPGA 이정민 프로의 스윙 교정 사례를 들어보였다. “이정민 프로를 처음 봤을 때, 티를 너무 낮게 꽂는 것이 눈에 띄었다. 왜 그런지 살펴보니 볼을 잘 ‘못’ 맞추기 위해서 낮게 꽂더라. 높게 꽂았을 경우엔 임팩트가 좋아지면서 거리가 나는 OB를 자주 범했다. 드라이버를 못 치는 선수의 99% 가 티를 낮게 꽂는다. 잘 ‘못’ 맞춰야 OB가 나지 않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OB가 날 때 나더라도 티를 높게 꽂으라고 했다. OB가 겁난다고 해서 도망가는 샷을 하다 보면 드라이버에 대한 불안감이 찾아오는 동시에 슬럼프에 휘말리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정민 프로는 애초에 스윙의 길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쳐서 나온 OB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을 하지 않았다.”
바로 이어서 두 번째 사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정민 프로는 훅을 내지 않기 위해 볼을 누르면서 푸시성으로 내밀어 쳤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스윙을 하면, 훅이 더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반대로 더 훅이 나게 왼쪽으로 감아 치라고 주문했더니 이정민 프로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개의치 않고 일단 연습부터 해본 뒤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 말을 전하고 3일이 지났을 즈음, 이정민 프로에게서 전화가 왔고 같이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이후 시즌 초반부터 스윙 전부를 교정했고 그 결과 올 시즌 목표로 잡았던 2승을 거뒀다. 상식에 얽매이지 않았고 내가 쌓은 지식과 경험을 믿으며 소신을 가지고 지도한 것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듯 하여 뿌듯했다.”